행복의 조건

어떤 목사님에게서 한 부부에 대한 옛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편은 매사에 꼼꼼한 성격이었으며, 부인은 조금 덜렁대는 구석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부부는 사소한 일로도 자주 다투게 되었다. 예를 들면 치약 사용 방법부터가 서로 달랐다. 옛날에는 치약 튜브가 양철로 만들어 졌는데, 남편은 튜브의 끝부터 눌러서 치약을 짜내서 단정하게 사용했다. 그러나 부인은 튜브의 중간을 덥석 눌러 치약을 짜내서 남편이 정성스럽게 만들어둔 튜브의 모양을 엉망으로 만들곤 했다. 남편은 엉망이 된 치약 튜브를 부인에게 보여주면서 말다툼을 벌이곤 했으나 부인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남편은 매사에 철저하지 못한 부인이 불만이었고, 부인은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남편이 불만이었다.

아침마다 치약 튜브 때문에 신경이 거슬리던 남편은 어느 날 묘안을 생각해 냈다. 자신이 치약을 사용한 다음에는 튜브의 끝을 말아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부인이 튜브의 중간을 눌러서 사용하더라도 피해(?)가 최소화되기 때문에, 다시 튜브의 끝부터 치약을 앞쪽으로 모아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되었다. 남편은 그 날 아침부터 당장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예상대로 부인이 치약을 쓰고 난 후에도 튜브의 모양이 그전처럼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것을 본 남편은 대단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후 남편은 부인도 매우 명랑해져 있고, 며칠 동안 바가지 한 번 긁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남편은 부인에게 왜 요즘은 그렇게 기분이 좋으냐고 물었다. 부인의 대답은 이러했다. "당신 덕분이에요. 저는 치약을 시원스럽게 쿡 눌러서 짜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당신이 저를 위해서 치약 튜브를 말아 놓아서 저는 기분 좋게 치약 눌러 짤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치약을 쓸 때마다 당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행복하답니다."

필자가 전공과 무관한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 동안 많은 프로그래머, 일반 사용자, 개발업체 종사자, 유통업체 종사자, 관계 공무원들, 신문 및 전문지 기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목소리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은 사용자들의 불법 복제 때문에 훌륭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더라도 개발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을 한탄하며, 개발 의욕을 상실할 지경이라고 불평한다. 사용자들은 사용자의 편의를 무시한 버그 투성이의 프로그램을 누가 비싼 돈을 주고 사겠느냐고 반문하고, 아무리 개선할 것을 요구해도 프로그래머들이 받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한다.